거룩한 날과 거룩한 시간
신약의 거룩한 날은 첫 번째 날, 일요일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구약을 실현하는 분이시지만 동시에 구약의 주님이십니다. 안식일을 채워 주었던 하느님의 휴식이 부활의 승리와 함께 연결됩니다. 평화의 음조에 승리의 음조가 함께합니다. 기념이 약속과 연결됩니다. 왜냐하면 안식일은 시작을 되돌아보기 때문입니다. 인간들과 함께하시는 하느님의 운명은 다시 한번 성찬례의 신비 안에서 시간적으로 표현됩니다. 영원하신 하느님이 우리 시간 안에 존재하심으로써 본래의 거룩한 시간이 생기는 것입니다. 시작과 진행 그리고 마침이 있는 이러한 시간성에 대해 의식하는 것은 미사를 올바로 참여하는 데에 있어 기본입니다. 영원에 의해 이루어지는 거룩한 순간을 체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 순간은 우리를 받아들이고 이 순간 동안 우리는 다른 때와는 다른 상태에 있게 됩니다. 우리가 이 순간을 생생하게 함께하면 우리는 주님의 부활로부터 오는 거룩한 영원성의 씨앗을 얻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의 삶은 달라집니다.
거룩한 행위
오늘의 우리들에게 가장 친근한 것은 직접적인 체험입니다. 어떤 사람들이 죽음의 위험을 극복하고 함께 구조되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들은 고요히 내면의 흐름에 귀를 기울이듯이 하느님 앞에서 모자를 벗는다든가 하는 행동으로 자신이 체험한 감동과 경외감을 표현할 것입니다. 이들의 행동은 자신의 체험을 직접 표현할 것이고 그렇게 때문에 이런 행동은 그 순간, 그 사람들에게만 가능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완수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의외의 일을 체험하면서 하루를 보내고 난 후에 죽음이라는 커다란 밤을 예고하는 잠의 어두움 속으로 들어가는 하루의 끝에서 이루어지는 행위가 있습니다. 인간은 어떻게든 멈추고 숙고하며, 그리고 하느님의 손에 자신을 내맡겨야 한다고 느낍니다. 내적인 권고를 들을 줄 아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합니다. 반복되는 삶의 리듬에서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런 것들은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서 다양한 상황들 안에서 반복됩니다. 인간은 이러한 다양한 특성을 가진 행위에 부응하는 마음가짐과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예측할 수 없는 체험에서 나오는 무엇이라면 그것을 느끼고 느낀 바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신뢰감을 주고 생생하고 순수하게 표현해야 하고 말과 동작에 있어야 합니다.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시간 혹은 시기가 담고 있는 의미와 관계된 행위라면, 이를 실행하는 사람은 맥락 안에 담겨진 진리와 그 배경에 담긴 신비를 느끼고, 동시에 시간의 상이성에 부합한 내용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느님의 행동을 수용하고 하느님의 행동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아주 심오한 의미에서 몰아적인 태도이며 그 안에서 인간은 비로소 자기 자신이 됩니다.
계시의 말씀
하느님의 말씀은 위대한 신비입니다. 하느님은 인간의 언어를 통해서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은 인간의 마음에 직접 빛을 비추시고 특별한 방법으로 이야기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말씀은 인간의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저 내적 감동과 의미로 머무를 뿐입니다. 고요하면서도 직접 마음에 다가오는 확신의 형태로 주어질 것입니다. 이렇게 전달되는 말씀은 들은 사람에게만 의미 있을 뿐 다른 이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계시는 인간이 정신적으로 친교를 나누는 방식, 즉 열린 말의 형태를 취합니다. 이러한 인간적인 것 안으로 하느님의 의미가 들어와 생생하게 일치를 이룹니다. 말은 의미와 소리를 나누어 생각할 수 없습니다. 정신과 육체로 되어 있는 온전한 인간 안으로 은총이 들어와 더 높은 존재, 즉 바오로가 말하는 ‘새로운 인간, ’영적인‘ 인간이 되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말씀에 감동을 받고 은총으로 새롭게 시작하며 새로운 생명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말씀을 만날 때마다 하느님의 창조적인 힘이 작용합니다. 그분의 말씀을 듣는다는 것은 새로운 사람, 새로운 하늘과 새로운 땅이 열리는 거룩한 가능성의 영역으로 들어감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거룩한 힘을 가지고 다가오시는 분에게 우리의 내면을 열어 드려야 합니다. 성찬례의 기념이라는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 드러납니다. “나를 기념하여 이를 행하여라.” 라는 말은 너희가 나의 유지를 받들면, 나의 존재, 나의 메시지, 나의 운명이 너희의 정신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성찬례의 신비 안으로 끌어들여야 합니다. 주님을 기념하는 성찬례는 현재의 순간을 영원과 연결지을 뿐 아니라. 미래와도 연결합니다. 시간 안에 내재하는 미래가 아니라 시간을 향해‘다가오는’그리고 시간을 마감하는 미래를 말합니다. 그래서 성찬례는 우리가 현재의 것을 올바로 이해하게 하며 그 안에서 견디어 내게 합니다. 온전한 신앙을 가진 사람이면 어떻게든 이를 감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 모든 것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것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고 이러한 자세를 익혀야 합니다. 우리는 참으로‘ 세상의 모습은 지나간다.’는 진리에 익숙해져야 하며 ‘주님이 오실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우리의 삶의 방식입니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이것이 세상 안에서 우리를 차분하게 하고 우리의 삶을 온전하게 해 줍니다. 성찬례는 깊은 휴식과 확신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실행의 말씀
성서의 말씀을 봉독하고 선포하고 신자들은 듣습니다. 사제와 신자들은 말씀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 하느님께 기도로 봉헌합니다. 여기에서는 말씀이 현재가 됩니다. 그리스도가 과거에 했던 말씀이 지금 새로이 선포됩니다. 지금의 시간에 존재하고 지금이라는 시간과 함께 사라져 가는 말씀이 아닙니다. 지금도 말씀하고 계십니다. 예수가 이 말씀으로 행하신 것은 당신 안에 있던 ‘하느님의 힘’을 증명하는 것과는 다른 것입니다. 이 말씀은 창조의 힘들을 하느님 나라를 위한 봉사로 불러들일 뿐 아니라, 육화와부활의 신비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세상의 기초를 놓고 있습니다. 이 말씀들은 역사가 흐르는 동안 계속 반복될 것이며 새로운 무엇을 계속 이루어 낼 것입니다. 그래서 주님은 당신의 제자들에게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하고 당부하셨습니다. 우리의 태도 역시 이에 상응해야 합니다. “신앙의 신비여”라는 회침이 올바른 암시를 주고 있습니다. 이 외침을 통해서 하느님의 궁극적인 사랑과 심오한 진지함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하느님은 우리로 하여금 정신을 차리고 우리 신앙의 모든 힘을 다해 투신하라고 요청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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