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북 리뷰로 선정된 책입니다.내용을 요약하여 몇회에
걸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교우님들의 유익한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미사, 제대로 드리기
고요함이란 침묵하고 말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밀치거나 책장을 넘기는 소리, 기침 소리를 비롯한 어떤 잡음도 들리지 않는 것입니다. 살아 있는 사람들이란 움직이게 마련이므로 억지스런 고요함은 어수선한 것보다 나을 게 없습니다.고요함은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해야만 찾아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것을 얼마나 가치 있게 보느냐 하는 것입니다. 감동적인 음악회나 강연장에서 집중을 하면 기침도 하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습니다. 이렇게 하면 그곳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요함이 자리 잡게 됩니다. 아름답고 소중한 것들이 자리 잡을 수 있는 자리, 하느님의 말씀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됩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고요함을 원하고 이를 위해 대가를 치를 때에만 고요함이 우리를
찾아옵니다. 이런 고요함을 한번 체험하고 나면, 이것 없이 어떻게 살 수 있나 싶습니다.
참된 고요함은 생각, 감정, 마음까지도 평안한 것을 의미합니다. 고요함이 내면을 지배하고 더욱 깊이 자리 잡도록 해야 합니다. 이것은 단번에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저 원하기만 해서 되는 것도 아닙니다. 수련을 쌓아야 합니다. 미사가 시작되기 전은 이런 수련을 위해 좋은 시간입니다. 조금 일찍 와서 쓸데없이 둘러보거나 불필요한 것들을 생각하거나 공연히 책을 뒤적거릴 것이 아니라 자신을 모으고 내적으로 고요해져야 합니다. 교회에 오는 길에 먼저 자신을 조금이나마 모을 수 있으면 더욱 좋습니다. 거룩한 미사에 오는 길 자체가 집중을 위한 수련이 될 수 있습니다. 거룩한 고요함을 위한 준비는 이미 그 전날 시작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해당 독서를 읽고 난 뒤에 잠시 집중하고 묵상한다면 다음날 즉시 그 효과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고요함이란 대화와 소리들 사이에 존재하는 단순한 여백과 같은 무엇이 아니라,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공동체는 사람들이 내면적으로 현존하고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여 함께 영적인 공간으로 들어갈 때, 더 정확하게 말해, 사람들이 함께한 공간을 열고 천정을 마련할 때에 형성되는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공동체’가 존재하게 되고--공동체를 표현하는 건물과 더불어 --거룩한 행위가 이루어지는 ‘교회’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고요함은 매우 진지합니다. 누가 만일 전례 생활이 무엇으로 시작하느냐고 묻는다면, 고요함을 배우는 것으로 시작한다고 대답할 것입니다. 이것 없이는 모든 것이 의미를 상실하고 진지함도 사라지게 됩니다. 고요함은 모든 거룩한 행위의 첫째 조건입니다.
침묵과 말
말은 부드럽고 공간 안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지만 영원한 것, 즉 진리를 담고 있습니다. 말은 인간의 내면으로부터 오며 육체의 기관으로부터 나오는 소리이고 정신과 마음의 표현입니다. 본래 말은 인간의 내면이 소리 안에 자리 잡을 때에 현실화됩니다. 인간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명백하게 물리적인 소리 안에 자리 잡을 때에 인간의 말은 온전해집니다.
내가 이 진리를 온전하게 인식할수록 이 진리를 더 잘 말할 수 있고 나의 말은 더욱 풍요로워집니다. 이러한 진리를 인식하기 위해서는 고요함 안에 있어야 합니다. 지나친 표현인지도 모르지만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은 진리에 다가가지 못합니다. 진리와 함께하지 못하는 사람은 진리를 보지 못합니다. 진리와 본래적인 의미의 말은 말을 하고 있는 사람이 적절한 때에 침묵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말이 소음으로 변질될 수 있는 것처럼 침묵은 답답함으로 변질될 수 있습니다. 말은 어두움을 빛으로 인도하고 닫혀 있던 것을 열어 줍니다. 말은 우리를 이웃과 함께 있게 해 주고 공동체와 역사에 참여하게 합니다. 말은 자유를 선사합니다. 아무리 심오하고 거룩한 말이라도 제대로 말하지 않으면 소용없습니다. 이 말들을 통해서 하느님의 진리 그리고 구원받은 인간의 진리가 빛을 발해야 합니다. 이 말들을 통해서, 아버지의 사랑이 살아 숨쉬는 그리스도의 마음, 그리스도와 함께하는 인간의 마음이 표현되어야 합니다. 이 말들은 넓고 고요하고 내적인 지식으로 채워져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 침묵으로부터 와야 합니다. 침묵은 말이 샘솟는 내면의 샘을 열어 줍니다.
침묵과 듣기
침묵하는 것과 말하는 것은 상호의존적이고 우리의 정신생활을 지탱해 주는 어떤 단일성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 단일성에는 다른 요소가 첨가되는데 그것이 바로 듣기입니다. 말씀이 성대하게 봉독되면 사람들은 그것을 들어야 하지 함께 읽어서는 안 됩니다. 들어야 할 때에 듣지 않고 읽게 만든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동화는 죽어 버렸고 시는 힘을 잃었습니다. 아름답고 지혜롭고 성대한 모든 말들은 읽기보다는 들어야 합니다. 성찬례에서는 단순히 아름답고 장엄한 말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이 봉독되고 있습니다. 인간의 목소리를 통한 말이야말로 정서, 정신, 양심을 어루만지는 부드럽고도 강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성사. 인간과 마찬가지로 영적인 부분과 육체적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인간을 양육하며 우리 안에서 힘을 발휘합니다. 우리에게 오시고 우리를 구원하시는 하느님은 영원한 말씀이십니다. 이 말씀은 인간의 생각을 비추어주거나 책에 기록되는 방식이 아니라, 육화의 방식을 취하여 우리 가운데 오셨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말씀을 들어야 합니다. 이것은 침묵을 전제로 합니다. 듣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분명히 하기 위해 제대로 듣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봅시다. “들을 귀가 있는 사람은 들으시오”라고 주님께서 말씀하신 것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들을 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우선 은총을 받았음을 의미합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말씀은 ‘들을 귀’를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사람만이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이 주고자 하면 주시는 것이고 참된 기도는 바로 이것을 청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내적으로 집중하고 내면의 살아 있는 중심으로부터 귀를 기울이고 위로부터 오는 거룩한 말씀을 향해 자신을 개방해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은 내적으로 고요해야만 가능한 것입니다. 고요함 안에서만 참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적어도 미사를 드리기 전에는 마음의 고요함을 찾아야 합니다. 가능하다면 교회에 오는 도중에 아니면 전날 저녁, 침묵으로 고요함을 찾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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