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을 기다리던 설레임보다도
더 큰 두근거림으로 사랑하던 사람을 기다려보신 기억이 있으시지요?
만나면 몇 시간이고 말을 하지 않고 얼굴만 바라보아도
행복하고 가슴 벅차던 시간을 마음 속 어딘가에 간직하고 계신가요?
제가 아내와 데이트하던 시절, 시간이 왜 그리도 빨리 지나가던지요…
만나면 어느새 통행금지 시간이 가까워져서
부랴부랴 집까지 데려다 주고 돌아설 때의 그 안타까움…
경험해보신 분들은 그 기분을 기억하실 겁니다.
통행금지 시간이 되어서 헤어져야 하는 그 안타까움을 더 이상은 견딜 수가 없을 때
‘결혼’은 정말이지 반갑고도 고마운 해결책이 되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사랑스럽기만 하던 아내…
살다보니 그리 예뻐 보이지 않을 때도 많은 거예요.
특히 저하고는 다른 성격으로, 돈 쓰는 문제며 아이들 교육에 대한 다른 관점 때문에
다투는 경우도 종종 생기면서 결혼생활에 대한 회의가 든 적도
꽤 여러 차례 있었던 것 같아요. ‘아~혼자 살 것을…’ 하면서요.
큰 아이가 6학년 때로 기억이 되는데
동생이 조금 더 자라면, 다시 태어난 동생이 또 자라면...하면서 미루던 여행을,
이제는 더 미루지 말고 한 번 다녀오자는 아내의 제안에
생각해보자고 해놓고는 얼마나 속을 볶았는지 모릅니다.
우리 일곱 식구가 움직이려면 경비도 만만치 않을 뿐더러
무엇보다 가게를 며칠 비운다는 게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던 거죠.
그래도 더는 미룰 수 없을 것 같아 출근하며 아내에게 여행사에 알아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날 저녁, 집에 돌아와 보니 아내는 한껏 기분이 들떠서
아이들보다도 더 흥분해 있는 거예요.
아내는 벌써 여행사를 찾아가서 덜컥 deposit까지 하고 와서는
마치 디즈니월드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고 있기나 한 것처럼 신이 나 있었습니다.
아내에게 다른 여행사에도 알아보았냐고 물어보았더니
“뭐 그럴 필요가 있어요, 우리 성당 다니는 교우 분의 여행사에 맡겼는데…
어련히 알아서 해주시겠어요?” 하는 겁니다.
여러 사람이 움직이니까 여기저기 알아보면,
좀 더 싼 가격에 더 나은 조건으로 여행을 다녀올 수도 있을텐데,
모든 걸 쉽게, 그리고 즉흥적으로 결정해버리는 아내가 야속했습니다.
돈 벌기가 얼마나 어려운 지도 모르고,
나를 마치 척척 돈을 벌어 오는 기계로 여기는 것 같아서 비참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몇 해가 지난 어느 주일 아침, 거실에서 아이들이 깔깔대며 웃고 있었습니다.
디즈니월드에서 찍었던 사진을 보면서
그 때의 즐거웠던 추억을 돌이키며 즐겁게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바라보니 저의 가슴에도 그득히 행복감이 스며들더군요.
사실 제가 여행 계획을 짰더라면 이리 재고 저리 따지느라
또 미루고, 아님 영영 여행을 떠나지 못 했을지도 몰라요.
우리 식구 모두가 함께 했던 그 여행, 그 행복했던 시간은
이제 아무리 큰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아주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지나치게 신중해서 제대로 결단을 못 내리는 저와는 달리
단순하게 결정을 하고, 또 실행에 옮겨서 온 가족 모두 행복한 추억을 가질 수 있음은
오로지 아내 덕분이었습니다.
우리 부부 사이의 성격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감사와 행복을 느낄 수 있었고
서로를 바라보며 배우고, 채워주고, 겸손하게 받아들이면서
더욱 가깝고 친밀한 관계가 될 수 있었습니다.
고호가 말했나요? 부부란 두 반 쪽이 아니고, 하나의 전체가 되는 것이라고요.
서로 다른 반쪽이었지만 결국 이해하고, 받아주며 서로의 마음이 되어주는 시간이 지나면서
비슷해지고, 같아진다는 뜻이 아닐까 해요.
서로 바라보며 자꾸 웃다 보면, 웃을 때 비슷하다고 하고
함께 먹다 보니, 먹을 때도 비슷하고
어쩌다 인상 쓸 때 보면 그 때 참 닮았고…
이래저래 그래서 너무나 닮았다는 소리를 듣게 되는 사이가 부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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