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주교 대구대교구 인동성당 :::

우리 본당 최고

이글은 2014년4월호 참소중한 당신에 소개된 글 입니다.

이런 일은 처음 있는 일이다!
-대구대교구 인동 본당

채덕연(베네딕토) _ 대구대교구 인동 본당 교육분과장

구미시 천생산 자락의 인동 성당은 ‘산으로 피해 가시어’ 기도하신 주님을 닮은 제자가 되는 데에 아주 좋은 조건을 갖춘 조용하고 아름다운 성당이다. 2011년 9월에 부임하신 여운동(바오로) 신부님은 2012년 사목 지침을 ‘말씀과 함께하는 본당 공동체를 만들자’는 모토로 전 신자 대상 성경 통독을 시작하였다. 미사 참례자 450명 가운데 130여 명이 신청하여 다음 선서로 서약문을 봉헌하였다.
‘나는 2012년도 성경 통독 일정에 참가하여 성경 통독 일정에 충실할 것과 온 마음으로 통독할 것을 다짐하며 서약문을 하느님께 봉헌합니다.’
신자들은 인동 본당이 생긴 이래 처음이라며 두려움과 기대감에 차 있었다. 신자들은 날마다 성경을 읽고, 교육 위원회 위원들이 각각 5문제씩 준비해서 본당 수녀님과 신부님과 함께 최종 검토한 후, 매주 나누어 주는 문제를 풀어 답안지함에 넣는다. 그러면 구역장들이 채점하여 상황판에 스티커를 붙인다.
1년 동안 분기 별로 문제지를 다 제출한 신자에게 작은 선물을 주고, 모두 끝나는 12월 25일에는 말씀 잔치를 하였다. 말씀 잔치는 전 신자가 참여하는 말 그대로 ‘잔치’였다. 골든 벨 형식의 ○×퀴즈는 성경 문제지를 중심으로 하였고, 중간 중간 주일 학교 성탄 예술제와 어르신들의 춤과 노래, 상품권 추첨 등으로 흥미를 돋우었다. 신부님, 수녀님들도 함께 참여하여 흥겹게 진행되었다.
신자들은 서로 만나면 “이번 문제지 몇 번은 답이 홍해 바다야 갈대 바다야?”, “남편이 내 문제지를 몰래 갖다가 베끼고 문제 푸느라 너무 바쁘네’ 하지 않겠어” 등등 이야기의 주제가 성경으로 바뀌었다. 신자들의 입가에는 웃음이 가시지 않았으며, 살맛난다고 하였다. 성경에 불이 붙은 신자들은 2013년이 되자 ‘또 다른 무엇이 없나?’ 하는 표정들이었다. 성경 통독을 하다 보니 아무것도 안 하는 며칠이 여유는 있었지만 왠지 불안하고 허전하고 무료하다고 했다.
여운동 신부님은 2013년 ‘신앙의 해’를 맞이하여 2012년 성경 통독을 한 우리의 투지를 살려 이번에는 『가톨릭교회 교리서』를 공부하자고 하셨다. 신자들은 교재로 가톨릭교회 교리서 간략본을 보고, 교육 위원들은 매주 모여 가톨릭교회 교리서를 연구하면서, 수녀님이 교리서 설명을 하면, 문제를 만들었다. 신부님은 매 주일 강론을 교리서 중심으로 하면서 신자들을 도왔다.
교리 공부를 신청한 신자는 230명이 넘었고, 주일 학교 초등부 학생 6명과 중고등부 학생 35명도 신청하였다. 신부님 강론 시간에는 모두 삼매경에 빠진 사람들처럼 보였다.
“이런 일은 처음 있는 일이다!”, “우리가 세례를 받고 누가 이런 교리를 가르쳐 주었는가?”, “마치 세종대왕의 시대를 지내는 것 같다” 하며 신자들은 매우 기뻐하였다. 그러면서 다른 본당에서 미사를 드리는 신자 수도 줄고, 가톨릭 교리서로 강론을 하면서 미사에 참례하는 신자 수도 많이 일정해졌다.
성경 통독과 『가톨릭교회 교리서』공부 이후 가장 두드러진 신자들의 변화는 본당의 크고 작은 행사에 거의 모든 신자가 끝까지 남아 마무리한다는 점이다. 더 큰 변화는 숨어 있던 아주 내향적(?)인 신자들이 자진하여 단체에 가입해 활동하는 것이다.
신부님이 성경 통독을 시작하시면서 “시대적으로 너무나 혼란스럽고 인간적인 모습이 점점 사라져 가는 현대 사회에, 우리가 영적으로 많이 성숙하고자 전 신자 대상 성경 통독을 실시하여 하느님의 말씀을 가슴 깊이 되새기고 체험하는 한 해…”라고 하셨는데, 그 말씀이 실현된 듯하다.

특히 성경 통독을 하며 작은 기적을 체험한 교우들도 여럿 있었다. 이 모니카 할머니는 한글을 몰라 듣기 성경 통독을 통해 한글을 깨쳤다. 전에는 글을 몰라 미사 참례를 하러 오면서 밤에 일하고 와서 자고 있는 손자에게 ‘밥이 어디 있으니 먹어라’라고 메모를 못 남겨 미사 참례를 못한 날이 많았는데, 이제는 ‘밥 챙겨 먹어라’는 글자를 써 냉장고에 붙여 놓고 미사에 참례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는 체험을 이야기해 우리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또한 본당에서 주문 제작한 신앙의 해 이미지, 예수님 퍼즐을 성당에 게시하였다. 퍼즐을 맞출 시간이 부족한 형제님들은 자녀들에게 용돈을 주며 부탁해서 맞춘 이야기, 이웃집 어르신들의 퍼즐을 20여 개나 해 주었다는 자매님도 있었다. 또한 일 년 동안 모은 예수님 퍼즐 조각을 잃어버린 신자가 이를 찾기 위해 도움을 요청하는 메시지가 한때 본당 밴드(그룹 메신저)를 뜨겁게 달구었다. 이렇듯 신자들이 성경과 교리를 이야기 주제로 삼다 보니 자연스레 우리 삶의 밑거름이 되어 주신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로 알게 되었다. 그리고 서로 사랑해야할 가장 가까운 가족과 이웃을 생각하게 되었으며, 왜 이웃에게 하느님을 알려야 하는지도 알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을 이끌어 주신 하느님과 본당 신부님, 수녀님께 감사드립니다. 사랑합니다. 행복합니다. 특히 2월 17일 광주 두암 본당으로 떠나신 김주희(체칠리아) 원장 수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낌없는 가르침과 사랑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항상 영육 간에 건강하시길 인동 본당 전 신자가 기도드립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