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는 한때, 스승 예수님과 함께 죽겠다고 말할 정도로
예수님께 대한 열정적인 믿음을 가졌던 제자다.(요한 11,16 참조)
그런데 놀랍게도 복음에서
토마스가 부활에 대한 믿음이 전혀 없는 ‘불신앙의 대명사’로 등장한다.
그는 동료들이 부활하신 주님을 만났다고 증언하는데도,
십자가에 달리셨던 예수님의 상흔을 직접 보고 만져보기 전에는
그분의 부활을 믿지 못하겠다고 단언한다.
그러자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몸소 그에게 다가가시어,
십자가의 상흔을 직접 만져보라고 하신다. 그 순간 토마스의 불신은 사라지고,
토마스는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하고 고백한다. 토마스의 이 고백은
그리스도인이 예수님께 고백할 수 있는 신앙 가운데
가장 명확하고 가장 아름다운 신앙고백이라고 할 수 있다.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이것은 추상적인 신앙고백이 아니다.
부활을 통하여 예수님께서는 토마스에게 그의 주님이며 그의 하느님이 되신 것이다.
이런 신앙에서 인격적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토마스에게 부활하신 예수님은 막연하고
추상적인 하느님이 아니라 바로 토마스의 주님이고 토마스의 하느님이 되신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깨닫게 된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객관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며,
오직 개인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마치 손으로 어루만지듯 체험할 수 있도록 각 개인에게 나타나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만남을 통해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하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 예수님의 가르침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예수님을 자신의 주님과 하느님으로
고백하는 사람은 참 생명으로 부활한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그 사람의 눈은 열려 참된 삶이 무엇인지를 체험하게 될 것이다.
사실 참으로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니다.
예수님께서는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고 말씀하셨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고 그분을 체험할 수 있는 것은 눈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예수님 당시의 많은 사람들은 예수님을 직접 보았지만 모두 그분을 믿은 것은 아니다.
믿음은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확실한 증거 위에 세워지지 않는다.
오히려 보지 않고서도 믿는 자유와 신뢰와 희망 위에 서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신앙은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