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기도
주님, 주님께서도 고난의 십자가의 길에서 몇 번이나 넘어지셨지만, 저희 구역장, 반장들도 교우들의 냉대와 비협조로 자주 넘어지곤 합니다. 그러나 주님의 십자가가 부활의 상징이듯이, 저희들의 희생과 노력이 본당 발전의 밑거름이 된다는 것을 아오니,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주소서. 구역 반 소공동체의 활성화를 위해 바치는 이 십자가의 길을 통해 저희가 구역장, 반장으로서의 소명을 깊이 깨달아, 새로운 헌신의 마음으로 소임에 더욱 충실할 수 있게 하소서. 이 십자가의 길을 통해 저희와 모든 교우들이 신앙인으로서 좀 더 성숙해지고, 본당의 발전을 위해 소공동체 모임에도 관심을 갖고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소서.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1처
예수님께서 사형 선고 받으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주님, 당신께서는 죄 많은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하여 아무런 죄도 없이 갖은 고초와 모욕을 받으시고, 결국 사형 선고까지 받으셨습니다. 저희도 본당에서 일을 하다 보면 전에 어떤 직책을 받았었다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비협조적이고 반대가 심해, 상처 받고 실망하는 일이 있습니다. 이런 무관심과 부주의한 행동이 저희들에게 사형 선고를 받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2처
예수님께서 십자가 지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주님, 당신께서 지고 계신 십자가를 바라보며 그동안 일이 어렵고 힘들 때마다 그만두고 싶은 마음에 갈등했던 일, 사랑의 눈길로 반원들을 돌보지 못했던 일에 용서를 청합니다. 죄없는 당신께서는 죄 많은 저희들을 살리기 위해 고통스러운 십자가를 자청하셨음에도, 저희는 당신의 그 크신 사랑을 조금도 실천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 당신의 십자가 앞에서 저희도
구역 반을 위해 맡겨진 소임에 충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3처
예수님께서 기력이 떨어져 넘어지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주님, 일이 너무 많은 날에는 “이런게 다 뭐람. 내가 왜 이 고생을 사서 하고 있지?”라고 푸념하며 소임에 소홀할 때가 있습니다. 이런 제 모습을 보면서, 이럴 때마다 당신께서 기력을 잃어 가신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해 봅니다. 당신께서는 무거운 십자기에 짓눌려 넘어지신 것이 아니라, 저의 나태함과 이기적인 생각들 때문에 넘어지셨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주님, 일을 하다가 맥이 빠져 쉬고 싶은 생각이 들지라도 당신을 위해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주소서.
†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4처
예수님께서 성모님을 만나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주님, 오늘도 저는 반원들에게서 성모님의 미소를 봅니다. 뇌출혈로 거동이 불편하신 할아버님, 간병을 하다가 심근경색으로 수술을 받으신 할머님, 아들의 뜻하지 않은 사고로 주님의 죽으심과 부할하심을 체험했던 형제님, 가슴이 답답하여 문을 두드린 병원에서 암 선고를 받은 자매님…. 저희는 고통과 슬픔 중에 있는 이들을 만나면서 서로가 보이지 않는 눈물을 흘렸고, 위로와 사랑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모습이 바로 저희가 지고 있는 십자가를 안타까이 바라보시는 위로의 성모님의 모습은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5처
시몬이 예수님을 도와 십자가 짐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주님, 저희는 가끔 냉담자 가정을 방문하게 됩니다. 그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은 “다음에 시간이 나면 나가지요. 지금은 너무 바빠서…”라는 말입니다. 다음에 시간을 낸다면 얼마나 낼 수 있을까요? 당신의 자녀로 불림을 받았으면서도 당장 눈앞의 일에만 매여 있는 그들은 저희를 부담스러워하기도 하고, 빨리 가주었으면 하는 차가운 시선을 보내기도 합니다. 그들을 다시 당신께로 이끌어 내는 일이 이렇게도 힘든 일일까요? 주님, 당신이 힘겹게 걸어가신 십자가의 길에서 시몬이 당신을 도와 십자가를 졌듯이, 미약하나마 저희도 당신께서 지고 계신 십자가의 무게를 덜어드리고 싶습니다.
†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6처
베로니카, 수건으로 예수님의 얼굴을 닦아드림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주님, 저는 가진게 없습니다. 유창한 언변도, 물질적인 풍요로움도 제겐 없습니다. 이웃을 제 몸같이 사랑할 수 있는 따뜻한 마음도 부족합니다. 이런 저를 당신께서는 당신의 일꾼으로 뽑아주셨습니다. 반원들을 방문하여 대화를 나누다 보면 세상살이의 고달픔을 느끼게 됩니다. 그들의 얼굴에는 평화가 없고, 자기 고통에 갇혀서 당신마저도 거부합니다. 그들이 자신들의 거정과 가정문제에만 매여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들으려고도 하지 않을 때 저는 한계를 느끼며 당신을 불러 봅니다. 주님, 베로니카가 수건으로 당신의 얼굴을 닦아드리며 당신의 사랑을 느꼈듯이, 저도 당신의 얼굴을 닦아드리는 마음으로 이웃의 고통과 시련을 함께 나눔으로써, 당신의 사랑을 깨닫게 해주소서.
†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7처
기력이 다하신 예수님께서 두 번째 넘어지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주님, 오늘은 저희 반원들이 한 달에 한 번 얼굴을 마주하는 날입니다. 2-3일 전부터 열심히 모임 장소와 시간을 알리는 메모지를 돌렸고, 나오겠다는 약속을 받은 사람도 많았지만, 오늘 저희의 모습은 너무도 초라합니다. 진정 저희에게 무엇이 먼저이고 소중한 것인지, 지금 저에게 주어진 이 시간들을 어떻게 선용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주십시오. 당신께서 지켜주시고 보살펴주시기에 저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그 어떠한 세속의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굳은 믿음을 허락해주소서. 저희가 당신을 넘어뜨리는 걸림돌이 아니라, 넘어지신 당신을 일으켜 세워드릴 수 있는 디딤돌이 되게 해주소서.
†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8처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부인들을 위로하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아파트 현관 벨을 누르고 대답을 기다립니다. 다행이 응답이 있으면 그렇게 기쁠수가없습니다. 어떤 얼굴로, 무슨 말로, 어떤 몸짓으로 상대방 앞에 제 모습을 보여야 할지 조심스럽기만 합니 다. 그러나 문도 열어주지 않는 주인의 냉랭한 반응에 무거운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는 초라한 제 모습을 보기도 합니다. 그 순간 저는 “주님께서 지금 저와 함께 계시고, 이 수모와 아픔을 함께 해주시겠지요”라고 당신께 위로를 청하며 계단을 내려옵니다. 저희 모두 하나가 되게 해주시라는 기도에 대한 당신의 응답이 있을 줄 믿고, 저는 오늘도 묵주를 듭니다.
†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9처
예수님께서 세 번째 넘어지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주님, 당신의 부르심을 받고 기쁨보다는 걱정과 부담 속에 반장직을 맡게 되었습니다. 저희 반원들은 직장인이거나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많아 활동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려울수록 서로 이해해주고 격려하는 마음이 있기에, 힘들어도 이 직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일이 너무 힘들다고 당신께 때도 쓰고, 화도 내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당신께서는 몇 번이고 넘어지시면서도 힘들다는 말 한마디 없으셨습니다. 이 일을 하면서부터 저는 제 고통보다 이웃의 고통을 먼저 생각하게 되었고, 제가 얼마나 부족하고 믿음이 약한 존재인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당신과 만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제 마음 안에는 신앙생활의 기쁨이 하나 둘 쌓여가고 있습니다.
†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10처
예수님께서 옷 벗김 당하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주님, 부끄럼움을 무릅쓰고 자존심을 꺾는다는 것이 왜 이렇게도 힘이 드는 것일까요? 저희가 성당에서 돈을 받고 하는 일도 아니고, 결코 신이 나서 하는 일도 아닌데, 왜 걸핏하면 저희에게 책임을 지우려고 하는 걸까요? 그래도 맡은 일이기에 최선을 다하려고 제 능력과 힘에 의지하여 노력하면 할수록 일이 안풀릴 때가 많습니다. 당신께서 옷 벗김을 당하신 것은 겉치레에 불ㄹ과한 자신의 능력과 힘에만 의지하지 말고 지혜와 힘의 원천이신 하느님께 모든 것을 내어 맡기라는 뜻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닐까요? 주님 저도 당신의 사업을 위해서라면 제가 입고 있는 몇 겹의 아집과 교만과 자존심의 옷을 벗겠습니다.
†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11처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주님, 냉담 교우를 방문했을 때 제 앞에서 쌀쌀맞은 눈빛으로 ‘탕’하고 현관문을 닫는 것을 보면서, 저는 십자가에 못 막히신 당신을 생각합니다. 당신께서 고통의 십자가를 피하지 않으시고 묵묵히 참고 견디어 내셨듯이, 저도 저에게 맡겨진 일들을 미루거나 회피하지 않고, 기쁜 마음으로 수행할 수 있게 도와주소서.
†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12처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주님, 사람들이 어찌 그리도 잔인하게 당신을 죽일 수 있단 말입니까? 병자들을 돌봐주시고, 죄인들을 용서하시고, 죽은 이까지도 살려주신 선하디 선하신 당신이 피범벅이 되어, 나무에 걸린 천 조각처럼 어떻게 그렇게 돌아가실 수가 있단 말입니까? 형틀에 묶인 채 마지막 숨을 고르시면서도 자신을 조롱하는 이들을 용서하시는 당신을 보면서 저의 나약함과 부족함을 반성합니다. 반장 직무를 수행하느라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내적인 신앙생활에 소홀하지는 않았는지 진심으로 반원들을 위해 기도했는지,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기쁜 마음으로 이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지….
†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13처
제자들이 예수님 시신을 십자가에서 내리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주님, 성모님께서 피범벅이 되어 숨이 끊어진 당신을 팔에 안으셨듯이, 저도 힘들고 어려운 문제들을 내치지 않고, 제 마음속에 간직하고자 합니다. 반원들이 겪고 있는 고통스럽고 슬픈 현실들을 외면하지 않고 제 마음 안에 간직하고자 합니다. 성모님의 품에 안기신 당신께서 영광스러운 부활을 준비하셨듯이, 반장으로서 겪게 되는 걱정과 고민과 마음고생 역시 소공체의 활성화와 본당 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본당을 위해서, 반원들을 위해서 반장이라는 힘든 십자가를 지고 있는 저는 어쩌면 누구보다 먼저 부활의 여정을 앞서 가고 있는 행복한 사람인도 모르겠습니다.
†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14처
예수님께서 무덤에 묻히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지저분한 오물과 뒤응켜 치워도 치운 것 같지 않는 할머니의 집을 청소합니다. 냄새 또한 역겨워 참기 힘들지만,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 하시며 아기 같은 미소를 지으시는 할머니의 모습을 바라보니 마음은 왠지 모르게 평화롭습니다. 힘든 봉사활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제 자신을 돌아봅니다. 이제는 제 가정만을 위해 사는 이기적인 삶보다는 이웃을 돌보며 살아갈 줄 아는 보람된 삶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제 이웃이 겪고 있는 고통과 슬픔을 제 마음안에 묻고 싶습니다. 고통과 슬픔은 나눌수록 작아지듯이, 반 활동을 통하여 이웃의 고통과 슬픔을 줄여 나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마침기도
주님, 구역장, 반장 일이 너무 힘들게 느껴집니다. 때로는 그 짐을 내려놓고 싶은 마음이 간 절하기도 합니다. 늘 불평불만을 늘어놓고 있는 저희들이지만, 이 직무를 수행하면서 기쁨과 보람도 많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주님, 저희가 지치지 않도록 더 많은 반원들을 모임으로 이끌어 주시고 반원들이 나눔과 친교를 통해 신앙생활의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저희로 하여금 당신의 사업인 복음 선교에 힘쓰게 하시고, 저희가 속해 있는 지역 사회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2008년 1월 11일 교회 인가
2008년2월4일 초판 1쇄 펴냄
2008년2월20일 초판 2쇄 펴냄
지은이 주경수
펴낸이 정진석
펴낸곳 가톨릭출판사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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