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주교 대구대교구 인동성당 :::

싱그러움을 자랑하는 오월의 햇살아래
산들은 연두빛 물감으로 옷을 차려 입었고
우리집 두아들은 새까맣게 타도록 뛰어놉니다.

가정의 달 5월
5일은 어린이인 우리 아이들이 신이 났고
8일은 늙은 노모가 가슴에 꽃을 달고 즐거워 하고
15일은 스승을 찾아 꽃을 달아드린다는 설렘에
나이 많은 제자 제가 싱글벙글입니다.

얼마전의 일입니다.
초등학교 2학년인 혜민이가
저녁밥을 먹으며 중얼거립니다.

"엄마, 예수님은 이상해. 왜 맨날 나를 화난 얼굴로 보는지 몰라"
"근데 오늘은 나를 보고 웃고 있네"
"엄마가 보기에도 웃고 있나?"
"그래, 엄마가 봐도 웃고 계시네"
"그라고, 성모님은 맨날 슬픈얼굴로 보고 맞지? 왜카는지 몰라. 그치만 오늘은 웃고 있어"
"그건 네가 예쁜마음으로 생각 하고 행동하면서 보면 성모님과 예수님이 웃고 계시고,
신경질부리며 짜증난 마음을 갖고 있다가 보면 예수님께서 화난 얼굴로 보는거야"
"그래? 정말 그런거야? 아~그래서 날 맨날 무서운 얼굴로 째려 봤구나!"

전 혜민이의 말을 듣고 속으로 깜짝 놀랐습니다.
언제가 제가 이말을 게시판에 글을 올린적이 있는데
아홉살배기 녀석의 눈에도 똑같이 보였다는것이
참으로 신기 했으니까요.
혜민이는
그 날 받아쓰기 시험에서 백점을 맞아 기분이 좋은 날이었답니다.

저는 그때 깨달았답니다.
'내가 아이들을 참 짜증스럽게 대했던가 보다.'하고 말입니다.
그러니 아이의 감정도 좋을리 없었겠죠.
학교와 직장생활을 하며 받는 스트레스는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전달 되었을테니까요.
요즘 시끄러운 세상의 뉴스를 보며 제자신을 반성해봅니다.

길을 걷다가 문득 고개 들어 하늘을 바라 볼 때 ,
맑은 하늘에 둥실둥실 떠가는 구름을 볼수 있어 행복한 세상.
5월이 왔다고 연두빛으로 수놓은 산을 바라볼수 있어 아름다운 세상.
혼자 걸어가다가 제발에 걸려 넘어지더라도,
낯모르는 행인의 손에 의지 하여 몸을 일으켜 세울수 있는 정겨운 세상.
꺽다리 키에 거무스러만 콧수염의 아이들이 다툼을 하고 있으면
내 아이인양 겁없이 끼어 들어 타이를수 있는 정의가 있는 세상.
늙으신 노모의 허리 마냥 구불구불 굴곡이 있는 강자락 끝에 매달린
석양을 사랑하는이와 하염없이 볼 수있는 세상

이 모든 행복을 당신의 허락 아래 이루어 진다는걸
우리가족 모두가 느끼며 감사하길 기원합니다.